비.. 그리고 비...


여행에 있어서 날씨 운 만큼은 아주 좋았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은 너무 급히 떠났고 마음에서 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비가 와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정말로 비가 내렸다.  ^^

홍콩과 일본 중 한 곳을 골라야 했는데 목적은 하나였다.
쉬는 것. 새로운 것을 보는것은 기각! 수영장이 있거나 온천이 있어야 한다가 조건.
조식을 먹을 수 있는 료칸이나 호텔이어야 한다가 또 하나의 조건.
그러니 간단히 답이 나왔다.

일본이 비행기값이 더 쌌지만
호텔 조식을 먹고 나서 할일이 없을 때 쇼핑하기 좋도록 홍콩으로 출발 했다.

처음으로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여권만 들고 출발 했다. ㅡ.ㅡ;;
옷이 없으니 쇼핑하지 않을 수 없도록 (넛지라는 책에 보면 선택설계라는 말이 있는데 나도 스스로 어쩔 수 없이
쇼핑하도록 설계해 놓고 출발~)했다.

그리고 비가 내리는 아침에 한국을 떠났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로 나가는데 국적기를 타봤다.
항상 금액이 조금 더 들더라도 도착하는 나라의 국적기를 타려고 노력했는데
이번에는 아시아나를 탔다.
그리고 승무원이 창가와 통로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는데
무조건 앞에 앉게 해달라고 이야기 해서
보통 여자들이 앉기 힘든 비상탈출 좌석에 앉았다. ^^ 완전 좋았다는~~

비행기가 작아 1등석이 몇자리 안되었고
그러다 보니 창밖으로 비행기를 점검한 사람들이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에 비옷을 입고 손을 흔들어 주는것이 보였다.
뭐랄까.. 비오는 날...
그들이 점검하고 기장이 문제가 없다고 서로의 사인이 맞아 출발하게 되는 비행기를 향해
기장의 좌석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더라는... 갑자기 왈칵하고 눈물이 나서 ㅡ.ㅡ;;
비상탈출구 앞에  있는 승무원에게 훌쩍이는 모습을 보였지만.. 아마, ^^ 혼자 떠나는 여자의 사연이란게 그렇고 그런거라
이해 했을거라 생각한다.

그렇게 한국을 지나자 비가 멈추고 아이스크림처럼 피어 있는 구름들 위를 날아가는데 정말로 날이 좋으니
구름 아래로 또 아래로 손톱같은 배가 지나가는게 보였다.

그렇게 해서 도착한 홍콩은 비가 왔었는지 안 왔었는지 날은 좋고 (일기 예보엔 홍콩도 비가 온다 했는데..)
그리고 바로 쇼핑센터로 출발~

^^;;

홍콩에서는 먹고 마시고 자고 수영하고 쇼핑하고가 나의 목적이었기 때문에
열심히 옷을 보고 다녔다.
하지만, 겨우 하나 살 수 있었다. 아주 맘에 들어서도 아니고 그냥... ^^ 다음날 입을 옷이 없어서???

첫날은
수영장 문이 닫혀 있었다.
호텔은 영어가 안되서 정말 힘들었다. 뭔소리를 하는건지..
자기전에 모닝콜 서비스를 신청 했는데 완전 ㅜㅜ 미치겠더라는... 상대방도 못 알아 들어 나도 못알아들어...
특히나 나는 거의 말을 더듬고 있었다.





내가 머문 호텔은 몽콕이라는 동네인데 침사추이에서 지하철로 몇정거장이면 갈 수 있다.
사실 몽콕에 머문 이유가 호텔 수영장이 맘에 든 곳이 몽콕이란 이유이기도 했고, 진짜 홍콩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정말로 홍콩 사람들이 다니는 길을 지나 관광객이 많이 다니는 곳까지 오면 몽콕 역에 도착하는데
호텔에서 몽콕 역까지 다리가 길게 이어져 있어 (미드 에스컬레이터처럼 홍콩은 줄줄이 이어 놓은 곳이 꽤 많더라는...)
홍콩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딱 한장 침사추이의 하버시티앞의 스타페리에서 사진을 찍긴 했는데 ^^ 그건 패스~
그리고 이번에는 사진도 많이 찍지 않았다.
거의 쇼핑을 하러 다녔기 때문에... 


둘째날은 이런 저런 일들.. 그리고 수영장...
어차피 수영복을 면세점에서 비키니로!!!!! +_+ 샀기 때문에
첫날 닫은 수영장에 대한 걱정 때문에 후다닥 아침 먹자 마자 달려 갔는데 호호호호~~ 수영장이 열려 있었다.
끼약~~~~~~~~~~~~~~~~~~~~~~~~~~~~~~~~~~~~~~~~
완전 혼자서 초 흥분~~

그리고 나서 점심 무렵 쇼핑 나가서 이것저것 주점부리 하고 싸돌아 다니고 옷 한 벌 사고 운동화 하나 사고 그리고
돌아와서 저녁 무렵에 다시 수영장에 달려 갔다.
내가 진짜 해보고 싶은것이 뭐였냐 하면
이 수영장.. 물속에서만 음악이 들린다고 한다.

배영으로 밤하늘을 가만히 바라보는거...
그리고 정말 해가 지고 나는 밤하늘을 보았다. 아주 까만밤이 아니라서 그런지 어둑어둑한 하늘 위로
비행기가 날라가는데 아.... 영화가 따로 없구나 싶었다.
+_+ 영화 ~ 영화~ 영화~~

배영으로 가만히 물위에 누워 있으면 음악이 들리고 눈을 뜨면 하늘엔 비행기가 서서히 지나가고
그렇게 사라지는데.... 아마.. 평생 자랑할지도 모르겠다.
호텔 수영장은 태어나서 첨으로 이용해 보는데 완전 좋았다는~~

그리고 되느대로 마구 사먹고는 잠자리~ ㅋㅋㅋㅋ





이건...
마지막날 수영장을 찍은건데 비가 왔다.
수영장에 들어간지 십분만에 비가 미친듯이 와서 다 나가도록 이야기를 듣고 한컷만 찍게 해달라고 부탁해서 찍은
수영장이다.
사진 보정을 해서 좋은 날같지만 원본 사진은 홍콩의 더운 날씨에.. 마구 흩뿌리는 비... 그래서 뿌연하게 사진이 나왔다.

어쨌거나,
^^ 내 여행의 역사에 새로운 기록으로 남을 것 같다.
내 여행은 항상 그 나라의 역사를 보고 그들의 기록을 느끼고 그들의 과거를 영화처럼 돌려보면서
그들의 과거를 그들의 현재를 그들의 미래를 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은
그들의 역사도 그들의 기록도 아무것 에도 의미를 두지 않고 그 무엇도 하지 않고 그 무엇도 보지 않고
오로지 먹고 쉬고 싶으면 쉬고 백화점을 전세낸것처럼 싸돌아 다니다가
금새 돌아와서 수영하고 다시 근처로 나가 무언가 사먹으면서
내 자신을 보고 내 자신을 기록하고 내 자신이 원하는게 무엇이더라도 그냥 받아들이고 그렇게
내 자신이 중심이 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재미 있는 것은
미친듯이 그 나라를 뒤지고 다닐 때에도 다리가 끊어지듯이 아팠는데
이번에도 미친듯이 쇼핑센터를 뒤지고 다녀서 다리가 끊어지듯이 아팠다는..
다만 다른것이 있다면 그것은 첫날 자고 나서 아침에 죽을 것 같은 몸 상태를 수영장에서 한시간 정도
수영하고 나니까 너무 개운해져서 몸이 가벼워 지더라는..
뭐랄까~ 역시 여자는 쇼핑 과 수영 그리고 호텔이랄까? ㅋㅋㅋㅋ

그리고, 돌아와서 나는 어땠을까?
미친듯이 바빴고 미친듯이 졸립고 미친듯이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에도
아... 차라리 병원에 입원해 버렸으면 하고 생각하다가
이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그리고 몇일 간 내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쉬고나서야
내가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하는것들이 정말 도망쳐야 하는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말 참 좋아 하는데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홍콩 여행은
어떤 거였냐하면...
생각대로 살아본 몇일 이었다.
배고프면 먹고 걷고 싶으면 걷고 사고 싶으면 사고
그 어떤 상황도 계산에 넣지 않고
수영하고 싶으면 수영하고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평생 못 입을 것 같은 비키니도 입어보고
수영장을 보자 너무 흥분해서 중간에 깊이가 다르다는 정보를 알고 갔음에도
중간에 섰다가 잘못해서 물먹고 허우적 거리고 알고보니 깨끔박지로 겨우 숨쉴 수 있는 깊이.
그런데도 너무 무서워서 수영을 못하고 겨우겨우 걸어 나오고..
혹시 호텔 손님들이 이런 나를 보고 웃지 않을까 싶어 두리번 거리는데 아무도 내게 관심이 없고...
수모도 수경도 없이 물놀이 하는 노란 머리의 아이들..노란 머리의 사람들.. 
수모도 수경을 쓰고 수영을 하는 까만 머리의 사람들...
문화는.. 반드시 역사적 유물을 보는것만으로 알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둘째날... 나는 드디어 머리속에서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모닝콜을 성공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전화기를 들고 모닝콜 서비스 버튼을 누르고 알아 듣지 못하는 영어는 무시한채로
내 룸넘버를 말하고
그리고 내가 원하는 모닝콜 서비스 시간을 말했다.
첫날 엉망진창 비웃는 듯한 느낌의 호텔 직원과의 모닝콜 요청과 다르게 둘째날은 한번에 성공.
마지막날에는 용기를 내서 체크아웃 시간을 늘렸다.
물론, 어리버리한 영어는 아닌척하면서 빠르게.. 말했더니 잠깐 시간을 보더니 오케이~
물론 동시에 모닝콜 서비스 시간도 바꾸고... 와핫핫핫~~ 어리버리가 잠깐이지만 사라졌다. ^^
영어를 잘해서가 아니라 자신감을 가지고 그냥 말한것뿐이었다.

겨우 모닝콜 서비스를 신청하고 체크아웃 시간을 변경한 것뿐이었는데
두렵지 않았다.
이것만으로 나는 이번 여행에서 얻을 수 있는것은 다 얻은게 아닐까?

사는대로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노력하지 않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남을 비방하는 회사 사람들과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 않았다.
괴로웠다. 정말 괴로웠다.
나이도 많아서 적응이 안되면 정말 끝장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인내심이 없는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견뎠다. 이 이상한 분위기를 이상한 대화들을 그냥 견뎠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살지 않기로 했다.
내 생각대로 살기로 했다.

그리고,
토요일 저녁 뉴스를 들으니
내일부터 장마가 온다고..
비가.. 그립다.
홍콩에서의 마지막 날 오전 내내 비가 왔고
나는 그냥 호텔 방에서 빈둥댔다.
정말로 빈둥대고 싶었다. 평생 여행을 몇번이나 더 할지 모르겠지만
보고 싶은것 하고 싶은것이 많아서 아마 이렇게 빈둥거릴 수 있는 경험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시끄러워서 잠도 안오는 호텔방에서
에어컨을 틀고 빈둥빈둥~

아...
마지막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귀에 문제가 생겨서 당황.
처음 홍콩 가는 길에
옆에 앉은 아기가 엄청나게 울어서 왜 우는건지..이해를 못했다.
하지만 아기는 느낀거다. 귀가..귀가... 귀가 이상하다는것을..
그것이 갑자기 기압의 변화가 생겨서 아기는 바로 느껴버린 것.
나는 지금까지 여행 중 한번도 그런것을 느낀적이 없었는데
깜빡 잠들었다가 눈을 뜨면서 바로 그때부터 죽을만큼 귀가 아팠는데...
그 아기... 사실 이해가 안되고 너무 시끄럽고..
아기는 미친듯이 울고... 귀를 잡아 뜯고...
기압 때문에 귀가 이상해지면 정말로 귀를 잡아 뜯고 싶어진다. 그리고 정말 무섭다.
귀가 터져버릴것 같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 있었다.
그것이 거의 삼십분 넘게 되니까 무슨일이 생기는게 아닐까 싶어서 승무원에게 물어봤다.
와핫핫핫핫~~~
국적기를 타길 정말 잘했다.
물어보니 승무원이 괜찮다고.. 기압 때문이라고 도착하면 괜찮아진다고..
그리고,
비행기가 거의 땅에 닿기 전에 귀속에서 펑~ 하니 정말 펑~ 하면서 요술처럼 괜찮아졌다.

요술처럼...

오늘 정말 더운데..
내일이면 요술처럼 비가 내려 시원해질 수 있지 않을까?
바람이.. 밤바람이 멀리서 아주 멀리서 상쾌함을 몰고 천천히 집안으로 들어 오고 있다.


by mode | 2009/06/27 23:10 | travel_hongkong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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